[아디다스 브랜드 해부 08] 나이키 에어(Air)의 독주를 끝내다: 세상을 놀라게 한 '부스트(Boost)' 폼의 마법과 3D 프린팅
서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Air)를 이길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2010년대 초반, 전 세계 런닝화 시장은 나이키의 독무대였습니다. 눈에 훤히 보이는 공기 주머니인 '비저블 에어(Visible Air)'의 시각적이고 기능적인 압도함 앞에, 전통적인 스펀지(EVA) 밑창을 고수하던 아디다스는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아디다스에게는 에어를 뛰어넘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쿠셔닝 기술이 절실했습니다. 연재의 여덟 번째 시간에는 아디다스가 신발 연구소가 아닌 '독일의 화학 공장'에서 찾아낸 기적의 소재, '부스트(Boost)' 폼과 첨단 3D 프린팅 기술이 만들어낸 반격의 역사를 해부해 보겠습니다.
1. 스티로폼의 반란: 바스프(BASF)와의 운명적 만남
아디다스는 신발의 밑창 소재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세계 최대의 화학 기업인 독일의 **바스프(BASF)**와 손을 잡습니다.
팝콘처럼 튀겨낸 에너지 캡슐: 바스프의 연구원들은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이라는 소재를 수천 개의 작은 알갱이로 만든 뒤, 마치 옥수수를 팝콘으로 튀겨내듯 고압으로 부풀려(팽창시켜) 캡슐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충격 흡수와 반발력의 결합: 겉보기에는 포장용 스티로폼 뭉치처럼 투박하게 생겼지만, 이 '부스트' 폼의 성능은 경이로웠습니다. 발이 땅에 닿을 때 받는 엄청난 충격을 스펀지처럼 부드럽게 흡수할 뿐만 아니라, 그 충격 에너지를 다시 용수철처럼 튕겨내어 다음 발걸음을 밀어주는 '에너지 리턴(Energy Return)' 효과가 기존 소재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2.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노감: 2015 울트라부스트(UltraBoost)의 탄생
2013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부스트 기술은, 2015년 아디다스 역사상 최고의 런닝화로 꼽히는 **'울트라부스트(UltraBoost)'**를 통해 찬란하게 만개합니다.
니트(Knit)와 부스트의 완벽한 조화: 아디다스는 밑창 전체(100%)를 부스트 폼으로 꽉 채우고, 발등 부분은 양말처럼 부드럽게 발을 감싸는 '프라임니트(Primeknit)' 소재를 덮었습니다. 이 신발을 신어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고 극찬했습니다.
칸예 웨스트의 나비효과: 울트라부스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터졌습니다. 당대 최고의 트렌드 세터였던 힙합 스타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2015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새하얀 울트라부스트를 신고 뛰어오른 것입니다. 기능성 런닝화에 불과했던 이 신발은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길거리를 휩쓰는 최고의 하이엔드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했습니다.
3. 금형(틀)을 부수다: 퓨처크래프트 4D(Futurecraft 4D)와 3D 프린팅
부스트 폼으로 나이키 에어의 턱밑까지 추격한 아디다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공장에서 쇠틀(금형)을 만들어 신발을 찍어내는 100년 된 제조업의 방식을 완전히 부수기로 결심합니다.
빛과 산소로 굽어내는 신발: 아디다스는 실리콘밸리의 3D 프린팅 벤처기업 '카본(Carbon)'과 협력하여 **'퓨처크래프트 4D'**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이는 액체 수지에 자외선(빛)과 산소를 쏘아 고체로 굳히는 혁신적인 3D 프린팅 기술(Digital Light Synthesis)이었습니다.
맞춤형(Custom) 시대의 서막: 이 기술의 진짜 무서움은 '개인화'에 있습니다. 수만 명의 선수들이 뛰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발의 앞쪽은 부드럽게, 뒤꿈치는 단단하게 지탱하도록 밑창의 격자구조 굵기와 밀도를 자유자재로 프린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 똑같은 사이즈의 획일화된 신발에 내 발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맞춤형 신발 시대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결론: 혁신은 이종(異種) 산업과의 결합에서 나온다
아디다스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부스트와 4D 기술은 신발 디자이너들의 스케치북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화학 기업(바스프)',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IT 테크 기업(카본)'과의 과감한 융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나이키가 공기(Air)라는 자연의 요소를 시각화하여 승리했다면, 아디다스는 첨단 화학과 데이터 공학을 신발 밑창에 쏟아부으며 스포츠 기술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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