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브랜드 해부 03] 기능이 곧 디자인이 되다: 세 줄(Three Stripes)의 비밀과 불꽃 마크(Trefoil) 로고의 진화
서론: 디자인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 3선(Three Stripes)
브랜드를 상징하는 기호는 그 기업의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나이키가 35달러를 주고 유려한 곡선의 '스우시(Swoosh)'를 그렸다면, 아디다스는 자를 대고 그은 듯한 투박한 직선 세 개, **'쓰리 스트라이프(Three Stripes)'**를 내세웁니다. 트레이닝복 바지 옆면부터 신발 밑창까지 빼곡하게 새겨진 이 세 줄 무늬는 대체 누가, 왜 디자인한 것일까요? 연재의 세 번째 시간에는 단순한 신발 부속품에서 시작해 전 세계 스포츠의 가장 강력한 시각적 상징으로 진화한 아디다스 로고들의 흥미로운 탄생 비화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멋이 아니라 가죽이 찢어지지 않도록 덧댄 가죽 끈
초창기 아디다스의 세 줄 무늬는 아름다움을 위한 '디자인'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철저한 **'기능적 장치'**였습니다.
형태 유지의 비법: 1940년대의 운동화는 지금처럼 튼튼한 합성 소재가 없었기 때문에, 얇은 가죽으로 만든 신발은 선수가 격렬하게 뛰면 쉽게 늘어나거나 찢어졌습니다. 아디 다슬러는 신발의 양옆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튼튼한 가죽 끈을 덧대어 박음질했습니다.
왜 하필 세 줄이었을까?: 형과 함께 운영하던 '다슬러 형제 공장' 시절에는 두 줄을 덧대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형과 결별하고 아디다스를 창업한 후, 기존의 두 줄 무늬를 그대로 쓸 수는 없었습니다. 네 줄은 너무 빽빽하고 신발이 무거워졌습니다. 결국 가장 안정적으로 발등을 감싸주면서도 시각적인 균형감이 뛰어난 **'세 줄'**이 아디다스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2. 위스키 두 병과 1,600유로에 사들인 전설의 상표권
아디 다슬러가 신발에 세 줄을 박아 넣기로 결심했을 때, 뜻밖의 암초를 만납니다.
핀란드의 카르후(Karhu): 이미 핀란드의 스포츠 브랜드인 '카르후'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휩쓸며 세 줄 무늬 상표권을 전 세계에 선점해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기의 거래: 아디 다슬러는 카르후의 경영진을 직접 찾아가 협상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카르후는 이 위대한 상표권을 좋은 품질의 **위스키 두 병과 1,600유로(당시 약 200만 원 상당)**를 받고 아디다스에게 흔쾌히 넘겨줍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헐값에 이루어진, 그러나 가장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적적인 상표권 인수였습니다.
3. 올림픽의 정신을 품은 불꽃 마크: 트레포일(Trefoil) 로고
1960년대 후반, 신발에만 집중하던 아디다스는 트레이닝복과 축구공 등 의류 및 장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합니다. 신발 옆면에 박던 세 줄 무늬 외에, 의류 가슴팍에 박을 새로운 공식 로고가 필요해졌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의 상징: 아디다스는 1972년 자국에서 열리는 뮌헨 올림픽에 맞춰 새로운 로고를 발표합니다. 세 개의 나뭇잎이 하나로 모인 형태인 **'트레포일(Trefoil, 불꽃 마크)'**입니다.
다양성과 결속: 세 개의 잎사귀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아시아, 북미, 유럽(및 아프리카)의 세 대륙을 의미하며, 이를 아디다스의 상징인 세 줄(Three Stripes)이 가로지르며 전 세계 스포츠인의 결속을 다진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 불꽃 마크는 클래식하고 복고적인 감성을 대표하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Originals)' 라인업의 전용 로고로 쓰이며 스트릿 패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4.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 퍼포먼스(Performance) 로고
1990년, 아디다스는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시 한번 첨단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두 번째 로고 혁신을 단행합니다.
피터 무어의 디자인: 나이키에서 에어 조던 1을 디자인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피터 무어(Peter Moore)가 아디다스로 이직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퍼포먼스(이큅먼트) 로고'**입니다.
산(Mountain)을 형상화하다: 기존의 세 줄 무늬를 비스듬하게 눕히고 깎아내어, 마치 가파른 '산'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도전과 목표, 그리고 최고의 성취(퍼포먼스)를 향해 올라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가 아디다스 기능성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바로 그 로고입니다.
결론: 변하지 않는 원칙이 만드는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
가죽 신발이 찢어지지 않도록 덧댄 세 개의 끈, 위스키 두 병에 사 온 상표권은 세월이 흘러 전 세계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기호가 되었습니다. 불꽃 마크든, 비스듬한 산 모양의 마크든, 아디다스의 모든 로고에는 예외 없이 '세 줄(Three Stripes)'이라는 철학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떠한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3선이라는 자기만의 문법을 고집해 온 뚝심, 그것이 바로 아디다스를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놓은 진짜 힘일 것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